들어가며...
2022.11.17 2023년도 대수능이 마무리됐다. 8년 전에 자리에 앉아 문제를 풀었던 나는 이제 문제와 답안지를 나누어주고 살펴보는 자리에 서 있게 되었다. 주식시장도 막고 나는 비행기도 떨어뜨릴만큼 모든 국민의 관심이 주목되는 시험인만큼 첫 수능감독으로서 부담감도 무척 컸다. 어쩌면 시험보는 학생들만큼이나 떨렸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큰 문제 없이 마무리되었기에 이렇게 글을 적어본다. 왜냐하면 이번 수능 필기구는 내가 본 것들중에 가장 예뻤기 때문이다.
이번 수능 필기구의 전반적인 색감은 옥색이다. 영어로는 비취라고 하는 바로 그 옥색... 고급스러운 초록을 떠올릴때 동양에서 가장 먼저 떠올릴 바로 그 색이다.
전반적으로 영롱한 자태를 뽐내는 수능샤프... 감독하면서도 눈이 자꾸만 갔다. 필기감 역시 발군이었는데 단단하게 잡힌 심이 안정적으로 글자를 만들어낸다.
사실 나는 이렇게 뒤집어진 화이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워낙 고장이 잘 나는 느낌이 들어 리필심이 들어가는 플러스 수정테이프를 애용한다. 그러나 성능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디자인' 아니겠는가? 이번 수능 삼신기의 칼라감은 실물로 보았을 때 더욱 아름답다. 앞으로의 학교생활에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되어 줄 것이다.
마치며...
수능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까지 모두 긴장하게 만드는 단어다. 아마 수험생들에게는 샤프가 무슨색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수능장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현역, 즉 고 3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N수생, 뒤늦게 꿈을 찾아온 어른들까지 다양한 모습들이 수능장교를 채운다. 각각의 사연들이 머물렀다가 떠난 자리에는 또 다시 일상이 돌아온다.
원하는 결과를 얻은 사람도, 혹은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 윤리 과목들이 수험생들을 괴롭게 했다는 소식에 당일 풀어본 결과 원전을 위주로 공부한 전공자에게는 오히려 쉬운 느낌이 들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고등학생들은 원전을 보고 공부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어 난이도가 상당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아무쪼록 어려운 시간을 보낸 사람들을 위해 응원과 심심한 위로를 보내고 싶다. 또한 다가오는 임용고시 수험생들도 잘 마무리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에는 큰 시험들이 정말 많다. 우리는 그러한 시험들을 앞두고 모든 인생을 건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 그럴수록 실패에 대한 불안과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느끼는 실망감과 좌절감이 커지는 것 같다. 그럼에도 인생은 계속 흘러간다. 내가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시간은 계속 흐른다. 과정 속에서 행복을 찾는 것. 내가 윤리를 하면서 배운 몇 가지 중에 하나가 있다면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매번 좋은 결과를 내지는 못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내 노력이, 내 시간이 모두 무(無)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우리의 인생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수많은 노력들과 사연들에게 말하고 싶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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